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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에 대하여

5N 2017. 7. 20. 12:59

 

 

에스프레소, 그 낮선 커피.

이제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듯 하지만, 여전히 에스프레소의 진입장벽은 상당한 것 같다.

세기말이던 1999년 한국에 상륙한 스타벅스가 인사동에 매장을 낸다고 한 것이 2001년이던가, 세계최대의 커피 체인의 인사동 진출은 꽤나 파장을 일으켰던 기억을 한다.

 

 

한글 간판을 내건 스타벅스 인사점

 

커피잔 말고는 책 한 권 올려놓기도 어려울 것 같은 자그마한 테이블에 불편한 의자, 고개만 돌려도 뒷 사람의 콧바람을 느낄 것만 같은 개미굴 배치도 충격이었지만 그 쓰디쓴 악마의 검은 음료, 사약맛 에스프레소를 잊지 못한다.

 

대한민국에 가장 많은 점포가 무엇일까? 통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편의점과 치킨집이 아닐까.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많은 업종이 바로 휴대폰 매장과 커피숍이라고 하던데.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놀라는 것 중 하나가 골목 어귀마다 있는 커피숍과 휴대폰 매장이라고도 하고.

온나라가 커피와 휴대폰에 미쳐있냐고.

하지만 그렇게나 많은 커피숍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만든 에스프레소를 만나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강남 일대에서는 한 건물에 하나씩 있는 커피숍에서 쉼없이 줄줄 내리고 있는 에스프레소는 대개 더운 물이나 찬 물 부어 만드는 아메리카노의 밑재료일 뿐이다.

심지어 에스프레소를 달라고 하면 김밥천국에서 캐비어라도 주문한거 마냥 놀라 당황하며 데미타스라고 부르는 전용잔이 없어 큼지막한 머그잔이나 테이크아웃용 플라스틱컵에 담아주는 일이 허다하다.

에스프레소의 현주소를 가장 크게 느끼는 곳은 바로 고속도로 휴게소나 영화관 내의 커피숍으로, 에스프레소가 메뉴에 아예 없는 곳이 대부분.

아메리카노를 파는데 어떻게 에스프레소가 없을 수 있는가를 묻는 건 이제 바보같은 질문이다.

심지어 커피 체인점의 플래그쉽 매장을 표방하는 곳에서도 리스트레토나 룽고를 찾아보기 어려우며, 짧게 혹은 길게 끊어달라고 부탁하기도 어려운게 현실이다.

 

 

 

 

에스프레소는 터키, 그리스를 비롯한 지중해 지역 나라들에서 곱게 간 커피가루를 물에 넣고 끓여 먹는 달임 커피-터키쉬커피를 좀 더 빠르게 추출하고자 기압을 놓여 빨리 끓는 점에 도달하도록 만든 것이다.

쉽게 말해 찜 쪄먹는 커피?

강한 기압에서 짧은 시간에 추출하기 때문에 커피의 향과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때문에 커피의 질과 상태를 극명히 느낄 수 있다.

 

 

짜릿해 늘 새로워 달달한게 최고야

 

 

여기에 뜨거운 물이나 차가운 물을 붓고, 시럽과 크림을 첨가하고, 헤이즐넛향이나 모카향, 캐러멜을 첨가하면 커피의 본래 향과 맛은 온데간데 없다.

때문에 아메리카노나 기타 베리에이션 커피를 주로 파는 곳에서는 질 좋은 원두를 쓸 이유가 없으며, 커피 머신의 관리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스타벅스의 프라푸치노처럼 그 나름의 맛을 즐기는 사람도 있는 것이고, 빠른 추출로 본래의 맛을 보고자하는 에스프레소나 드립 커피와 달리 찬물에 장시간 우려내 먹는 워터드립(더치커피, 콜드브루라고 하는)도 꽤나 유행하니 어느쪽이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다.

다만 제대로 만든 에스프레소를 찾기는 어려운 반면 저질 아이스-아메리카노는 너무나 만연하고 (물론 아메리카노 역시 제대로 추출한 에스프레소로 만들면 훌륭한 것은 당연하다)

에스프레소와 드립커피의 가격은 어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에스프레소를 마시게 된 건 드립 커피를 마시게 되면서인데, 카페뮤제오와 같은 "꾼"들의 매장에서 시작한 것이 실수였다고 할까.

칼리타 핸드밀에 플라스틱 드리퍼로 드립서버도 없이 컵에다 내리지만 원두는 진짜를 맛보겠다고 하와이안 코나를 갈아먹고 난 뒤

깊은 잠에서 깨어난 혀로 다시 만난 에스프레소의 신세계는 곧장 중독의 길로 나를 인도하고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네스카페의 좌절을 거쳐

 


 

집에서도 에스프레소를 먹게 되었다.

 


혹 진짜 커피의 맛을 즐겨보고자 에스프레소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스타벅스도 커피빈도 아닌 일리와 세가프레도 매장에 들러보길 권한다.

바퀴베네라고 불리는 모 체인점에 비하면 매장 수가 가뭄에 커피 열매 나듯 하지만.

 


 

리스트레토가 끝내주는 일리

 

 

이탈리아노(룽고)가 끝내주는 세가프레도 자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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